

디아스포라 신문은 정기적으로 <디아스포라 선교학> 본문 일부를 발췌하여 게재한다.
사도행전 13장 1~3절에서 처음 등장한 안디옥교회는 외부에서 유입된 이주민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지상명령을 먼저 실천한 다음, 이들을 훈련하여 선교지로 파송하는 방식으로 재차 지상명령을 수행했다. 외부에서 내부로, 그리고 내부에서 외부로 대위임령을 이뤄간 것이다.
이런 과정이 앞으로도 계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음 전파가 어려운 일부 접근제한 국가는 외국인에게 취업 기회와 더불어 종교의 자유를 허락해줌으로 자국의 경제 발전을 도모했고, 이로써 선교단체가 갈 수 없는 장소에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선교단체는 접근제한 국가에서의 교회 개척과 권한 부여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쿠웨이트 라이트하우스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워렌 리브(Warren Reeve)는 ‘국제교회를 통해 대위임령의 잠재성에 도전하기’라는 주제로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세계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 국제교회(International churches and fellowships, 이하 IC)가 있다. IC는 다양한 인종과 특징으로 어우러졌으며, 주로 이주민을 섬기는 성도의 모임으로써 아주 작은 공동체에서 대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를 보인다. IC는 대위임령을 이루는 데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성을 품고 성장하고 있다.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 교파에 속하거나 초교파적이기도 하다. IC는 다문화주의, 다원주의, 그리고 도시화가 동시에 충돌하고 공존하는 교차로이다. 이 교차로에서 하나님은 흩어진 자들을 복음으로 모으신다.
우리는 사도행전 13장 1~3절의 안디옥교회에서 IC의 DNA를 찾을 수 있다. 안디옥교회는 고대 시리아에서 고국을 떠나온 유대인들의 모임으로 시작되었다. 유대인들은 그리스와 로마 이방인들을 교차 문화적으로 환영했고, 그다음 유대인과 이방인 성도들은 전 세계 방방곡곡에 복음을 전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세계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국제이주를 경험하고 있다. 모든 민족, 나라, 방언, 족속에서 온 이주민들이 IC에 모이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메시지를 듣는다(계 5:9). IC는 각 국가, 문화, 계층의 ‘글로벌 노마드’들이 섞여 다양함을 드러낸다. IC는 대체로 국제적이고 다문화적이다. 건강하고 총체적이며 큰 영향을 끼치는 IC는 교파적 특징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하나님의 모든 권고를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한다.
IC의 출석자 상당수는 제2의, 혹은 제3의 언어로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는 60개국 이상에서 공통어이며 미디어를 통해 지구의 온 지역을 관통한다. 다수의 IC는 영어 이외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는 현지교회를 개척하기도 한다. 내국인 교회 중 영어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많은데, 이 모임이 확장해서 모교회에서 독립하여 IC가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교회는 100개가 훨씬 넘는다. 또한 겉으로는 IC 같으나 내부로는 국제교회가 아닌 교회도 있다. 이러한 교회는 보통 한 민족, 한 국가, 한 언어집단만을 섬기며 문화적 다양성을 경계하여 출석하는 외국인에게 게토 정신(ghetto mentality)을 장려하곤 한다. 교회명에 아예 ‘국제’란 단어가 들어가면서 정작 IC의 DNA가 없는 교회도 있다. 세계선교에 대한 집중과 참여를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 ‘국제’란 표현을 썼겠지만,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아무런 주안점이 없고 외국인 성도가 지상명령을 향해 움직이도록 이끄는 목표가 없는 교회는 사도행전 13장의 교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IC의 가장 흥미롭고 격려가 되는 특징은 출석하는 이주민 성도들이 아웃리치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주자들은 모국에 있을 때보다 복음에 대해 훨씬 더 열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이란 신분은 육체적으로 유랑민이 되어 문화충격을 받을 때 영적으로도 유랑민이 되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들은 익숙한 정착지에서 분리되어 격동을 겪으면서 영적인 변화에 대해 보다 열리게 되고, 복음에 대해 깊이 고려하는 단계로 접어들기도 한다.
모국어로 소통하고 고국의 문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의 IC는 이주민에게 안식처가 된다. 이주민들은 과거 고국에서 교회 출석에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으나, 이주한 국가에서는 예배로의 초대에 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고 모임을 통해 같은 배경을 가진 다른 이주민들과 함께 교제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성탄절과 부활절 같은 특별한 날의 행사는 매우 중요하다. 이날의 IC는 고국을 그리워하는 이주민에게 집이 되어주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할 영적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IC는 이주, 다문화, 그리고 다원주의의 신성한 교차로로써, 다음 교차로로 가기 전 이주민들은 이곳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다른 이들과 교제를 나눈다. IC의 사역을 통해 그리스도를 믿게 된 새 제자들은 보냄을 받는 어디서든지 그리스도의 대사가 된다. 이것이 바로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기 위하여 모인 자들을 흩으시는, 디아스포라를 향한 하나님의 역사이다. 선교는 더 이상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것만이 아니다. 선교는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여기로 오는 것이며, 여기에서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가는 것이다.
선교단체가 접근제한 국가에 복음 증거자를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촌 이주민 제자들은 집과 일터에서 그리스도의 대사들이다. 규모가 크고 성숙한 세계 곳곳의 IC는 이주민과 지역 기독교인에게 장비와 훈련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사도행전 13장 1절에 등장하는 마나엔은 분봉 왕 헤롯과 함께 자랐지만 자신의 정치적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리스도를 붙들고 안디옥교회의 성도가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마도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마나엔에게 그리스도를 전했을 것이다. 과거의 안디옥 교회처럼 오늘날 IC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일터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 이들을 통해 누군가 그리스도를 믿도록 하나님이 이들을 예비하셨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데 사용한다. 선교적 IC는 복음의 도달 범위를 넓히는 영향력 있는 성도를 통해 21세기 마나엔을 이끌 수 있다. 세계에는 약 2억 8천만 명의 이주민들이 자국을 떠나 살아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공동체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우리의 동질성과 종족중심주의에 도전장을 내민다.
오늘날 많은 IC는 하나님의 세계선교의 위임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기능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IC와 이주민 성도를 통해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 갈 수도, 복음을 전할 수도 없는 곳으로 복음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신속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단과 선교단체의 후원이 매우 필요하다. 잘 개척된 IC는 수년 내에 자급자족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 하나님은 주권자이시며 심오하고 놀라운 역사를 이루고 계시다. IC에 모인 세계 이주민의 흐름 속에 하나님께서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배치하고 계심을 인정해 나가야 우리는 대위임령을 최대한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