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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도 끝나지 않은 전쟁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보복의 유혈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을 것, 수많은 난민 발생으로 시험대 오른 인류애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 상황을 알리며,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주소를 담아낸 사진 한 장. 이제 막 공항에서 이륙한 미군 수송기 바퀴를 붙잡고 결사적으로 버티던 사람 셋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사진을 보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결국, 탈레반은 지난 8월 15일 수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을 장악하며, 20년에 걸친 미군과 싸움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탈레반 무장조직의 통치 복귀이며, 20년간 이어져 오던 미국 주도 연합군의 아프간 주둔을 종식 시킨 역사적 사건이다.


마치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함락’을 데자뷔 하듯이 베트남 인민군의 공산주의 세력이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을 점령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냉전을 배경으로 북베트남은 소련과 여러 공산주의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았고, 남베트남은 수십만 명의 미군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서구의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패전했다.


하지만 이 아프간 전쟁은 단순히 한쪽의 승리가 결정 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이로 인해 발생할 반대진영에 섰던 사람들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이 뒤따를 것이 자명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관계자는 탈레반 점령 후 1만8,000명 이상이 카불 국제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빠져나갔다고 밝혔고, 아직도 카불공항에는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로 극심한 혼란을 빚고 있음이 외신을 타고 연일 전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유엔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탈레반의 카불 재장악 이전까지, 내전으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이 5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아프간 내 실향민은 약 3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아프간은 올해 국가 전역에서 심각한 가뭄과 식량 부족에 직면해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인 1,400만 명이 굶주림을 겪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인접 국가에 수용된 난민이 220만 명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유럽국가들 가운데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나라와 수용하지 않겠다는 나라들로 온도 차도 뚜렷이 엇갈린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인도주의 측면에서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반면에 그리스와 같은 나라는 난민 유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국내 수용’ 문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그 위상에 맞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슬라모포비아’(Islamophobia: 이슬람 Islam + 포보스 Phobos, 곧 ‘이슬람’과 그리스어로 ‘공포’가 합성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5일 법무부 기자회견을 통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정국 혼란으로 아프간인들의 탈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을 대상으로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프간 현지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한 현지인 직원과 가족 390명을 이송하였고, 이들이 국내에 장기 체류하도록 대책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규모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긴 하지만, 그동안 정부·기관의 아프간 현지 활동에 관여했던 이른바 ‘조력자’들에 대해서만큼은 최대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이에 관련된 아프간인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지위로 국내에 들어온다. 이들은 2001~2014년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을 보조했거나 2010~2014년 재건 임무에 참여한 의료인력, 기술자, 통역자 등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는 단기 비자가 발급된 상황이지만, 이후 장기체류비자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한국리서치가 국내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난민 수용 찬성은 33%, 난민 수용 반대는 53% 비율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성과 20·30세대, 보수, 중도층의 난민 수용 반대 의사가 더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64%), 범죄 등 사회문제 우려(57%) 등이 꼽혔으며, 난민수용 찬성 이유로는 난민 인권에 대한 존중(74%)과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책임(56%) 등이었다.


특히 이번 아프간 난민에 대한 논란이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탈레반에 의한 2007년 한국인 선교단체의 집단 납치와 2명의 한국인 살해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대 들어서는 득세한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유럽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 소식들로 인해서 부정적인 영향력이 증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교회도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국가가 아프간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하고자 할 때 교회는 온 인류를 사랑하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보편적 사랑의 실천 차원에서 교인들 가운데 있는 여러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하라.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평화 정착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비롯한 난민 인권,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106개 한국 시민사회단체 일동이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하고 돕는 일에 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내놓은 것이 전부이다.


이창배 편집국장 • gyp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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