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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동료와 일터가 복 받기를 소망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20% 정도가 크리시천이라면, 재외동포 중에도 약 20%가 믿는 자

디아스포라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사실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 속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성도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일터가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에 가장 좋은 곳이 되겠지만, 목회자들의 경우 세상에 들어가서 디아스포라의 역할을 감당할 기회란 좀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는 영역인 것이 사실이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교회에서는 담임목회 사역을, 그리고 주중에는 세상일을 풀타임으로 병행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현재 필자의 직업은 주방장이다. 주 5일 식당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이 식당일이 내 사역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주중에 식당에서 하는 일 역시 교회 사역 못지않게 중요한 사역으로 여기며 일하고 있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 직업을 통해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당연하면서도 놀랍게 깨달을 사실은 내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는 것이 가장 복음적인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다.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되, 두 가지를 항상 맘속에 결정하고 출근했다. 나로 인해 내가 일하는 식당이 좋아져야 하고, 나로 인해 함께하는 동료들의 삶이 좋아져야 한다. 이 두 가지 결심 가운데 겪은 한두 가지 에피소드를 나눠보려 한다.


나의 일터는 미국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다. 나는 매일 사장님을 만날 때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하며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 진지하게 물었다. “왜 목사님은 늘 저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십니까?” 그래서 “사장님이 제공해 준 일자리 덕분에 모든 직원뿐 아니라 우리 가족들까지 먹고살고 있으니 사장님께 당연히 감사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사실 나는 나 자신의 부와 성공을 위해 이 가게를 경영하는 것이지 직원들 먹고사는 일엔 관심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저에겐 감사한 일이지요.” 그렇게 짤막한 대화를 나누고 며칠이 지나서 사장님이 이런 말을 나에게 했다. “내가 이제야 깨달았어요. 이 식당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선교지이자 사명인 것을요. 이제는 개인의 성공을 위한 것뿐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더욱 좋아지기 위해서 이 식당을 경영해야겠어요.” 원래도 좋은 성품의 사장님이었지만, 그 날 이후로 우리 식당의 분위기는 정말 여느 은혜 넘치는 교회 못지않은 따뜻함이 넘치는 장소가 되었고, 직원들 서로서로 챙겨주고 섬기는 문화가 자리 잡히는 그런 식당으로 변모 하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6년간 일했던 식당을 떠나, 집 근처의 카레 전문점에서 일을 이어간 지 이제 넉 달쯤 되어간다. 물론 이전 식당에 출근할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출근을 한다. 이전 식당과 다른 점은 동료들이 18살에서 25살 사이의 젊은 친구들이란 것이다. 일하다 보니, 이 젊은 친구들이 끼니때가 되면 늘 카레밥만 먹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매일 똑같은 음식만 먹는 것이 안타까워 가게 영업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동료들에게 점심, 저녁을 만들어 먹이겠다고 하니 식당 주인이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그리고 가게에 있는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치킨 볶음밥과 차돌박이가 들어간 계란탕을 저녁으로 만들어준 어느 날 매니저 Joe가 차려준 밥을 먹으러 주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음식들을 쳐다보더니 한 숟갈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 녀석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닌가. 농담 삼아 한마디 건넸다. 내 음식이 눈물 흘릴 만큼 그렇게 맛이 있냐고. “아저씨, 저희 엄마가 작년 11월에 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아빠는 돈을 벌러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저는 식당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누군가가 밥을 차려준 것이 오늘이 처음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별 생각 없이 만들어 준 밥 한 끼가 누군가에게 치유와 힐링이 된 순간이었다.


필자는 목회자는 설교를 잘하고 성도들을 잘 가르치고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만 좋은 목회자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세상 속에서 일하며 사람들과 부대껴 지내면서, 무슨 일을 하든 주님께 하듯 하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목회자의 모습이요, 성도의 모습이요, 진정한 디아스포라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일터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흩어져 있는 모든 디아스포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껏 해왔던 사역에 스스로 뿌듯해하는 것은 잠시로 끝내고, 더 주지 못해 미안한 그 마음을 영원히 변치 말자고 말이다. 난 성도를 만나는 주일도 행복하고, 동료를 만나는 월요일도 행복하다. 역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큰 기쁨이 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장소가 교회 안이든 밖이든 말이다.


이아모스 목사 • 순전한교회, Curry Do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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