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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갇히지 않는 무한한 은총



[영화] 바베트의 만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가 있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이 그러하다. 오래된 영화이지만 당시에 아카데미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수작이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고전 영화다.

1996.01.01 개요 드라마│덴마크│102분 감독 가브리엘 엑셀

수상 제42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덴마크의 바닷가 근처 작고 아름다운 마을, 존경받는 목사의 딸 마르티나와 필리파가 살고 있다. 아버지가 소천한 후에도 두 자매는 결혼하지 않고 가난한 형편에 남을 도우면서 금욕적인 삶을 살아간다. 두 자매뿐만 아니라 마을의 구성원 전체가 청교도적 영성을 가진 신앙 공동체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왜인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메말라 간다. 함께 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서로 다투고 갈등한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마르티나와 필리파는 근심한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기억에 남는 기로가 있다. 마르티나와 필리파는 처녀일 적에 남자들이 자매를 보기 위해 교회에 나올 정도로 많은 남자의 구애를 받았다. 그러나 목사는 결혼을 무가치하고 허무한 것으로 여겼고, 자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랐다. 그럼에도 자매의 마음을 흔들었던 남자들이 있었다.


젊은 장교 로렌스는 주둔지에서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게 되었고, 그의 아버지는 로렌스에게 숙모 집으로 가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그렇게 로렌스는 자매가 사는 작을 마을에서 잠시 지내게 된다. 그는 마을에서 지내는 동안 마르티나를 연모하게 되지만 그녀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깨닫고 마을을 떠난다.


필리파의 마음을 흔든 남자는 파리의 유명한 성악가 파팽이다. 그는 쉼을 갖기 위해 필리파가 있는 작은 마을을 찾았다. 그는 마을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양을 하는 필리파를 보게 된다. 그녀의 값진 재능을 알아본 파팽은 목사의 집으로 찾아가 필리파에게 노래를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성악 수업이 시작되고, 파팽은 필리파에게 큰 명성을 누리는 성악가가 될 거라며 극찬을 한다. 그러나 필리파는 이유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금욕적인 삶이 익숙한 그녀에게 파팽이 알려주는 노래는 그동안 부르던 찬양과 너무도 달랐다. 결국 필리파는 더 이상 수업을 받지 않고, 파팽은 안타까워하며 파리로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 두 자매가 중년이 된 어느 날, 자매에게 ‘바베트’라는 미망인이 찾아온다. 파팽의 편지를 들고 찾아온 것이었다. 편지에는 파팽이 남편과 아이를 잃은 바베트를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렇게 프랑스에서 온 이방인 바베트는 가정부로서 두 자매와 함께 살게 된다. 바베트의 특유의 생활력 덕분에 두 자매는 사람들을 섬기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바베트가 마을에 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바베트가 마을에 온 지 14년이 흐른다. 이제 그녀와 파리와의 연결고리는 복권뿐이다. 그녀의 친한 친구가 매년 복권을 사서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어 일만 프랑이라는 거액을 얻게 된다. 당첨금을 수령한 바베트는 자매에게 부탁이 있다고 말한다. 부탁의 내용은 곧 다가오는 자매의 아버지인 목사의 생신을 기념하는 만찬을 손수 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목사는 오래전에 소천했지만 자매와 교인들은 매년 목사의 생일을 기념하고 있었다. 자매는 경건한 삶을 유지하며 조촐한 식사를 하는 게 익숙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었지만, 14년 동안 어떠한 부탁을 한 적도 없는 바베트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바베트는 요리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데 일만 프랑을 모두 사용한다. 자매는 메추라기와 바다거북, 와인 등 본 적 없거나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 재료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불안함을 느낀다. 마르티나는 그날 악몽을 꾸는데 바베트가 마녀처럼 나와서 성도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먹이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자매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신들은 단지 바베트의 소원을 들어줬을 뿐이지만 사태가 심각한 것 같다고 고백한다. 자매와 마을 사람들은 의기투합하여 저녁 식사 중에 불경스러운 요리에 대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말자고 서로 약속한다.


그즈음에 마을을 떠났던 젊은 장교 로렌스는 장군이 되어 숙모와 함께 목사의 생일을 기념하여 마을에 방문한다. 만찬이 있는 당일,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의 일류 요리사였던 바베트는 고급 코스요리를 대접하고, 식사 자리에서 유일하게 감탄하는 건 로렌스다. 그는 프랑스에서 여러 고급 요리를 경험했기 때문에 바베트가 내놓은 산해진미 음식이 얼마나 값비싼 고급 요리인지 대번에 알아차린다. 그는 감격하고 놀라워하며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간에 했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음식에 관한 대화를 자제하지만 이내 자신들도 모르게 음식을 즐기게 된다. 바베트가 혼신과 정성을 다해 내놓은 음식이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음식에 심취되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목사에게 배웠던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되새긴다. 또 목사의 사역 중에 나타났던 하나님의 도우심을 추억하며 그동안 쌓여있던 갈등을 해소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화해하고 서로를 축복한다. 이들이 만찬을 누리는 장면과 부엌에서 최선을 다하는 바베트가 교차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 아름다운 동화 같은 영화는 마을 사람들의 경건주의와 로렌스 장군의 세속적인 삶을 비난하지 않는다.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하나님이 얼마나 근사하고 자비로운 분인지에 대해서 탁월하게 소개하고 설득한다. 예술가와도 같은 바베트가 자신의 달란트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환대할 때 사람들이 주님 안에서 기뻐하고 회복된 것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 어떤 설교보다 영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멋진 식사를 마치고 나온 마을 사람들은 둥글게 손을 잡고 밤하늘을 보며 하나님을 찬양한다. 만찬 이후 그들의 신앙은 이전보다 더욱 윤기와 생기를 지니게 됐을 것이다.


처음 마을을 방문했을 때 젊은 장교였던 로렌스 장군은 세속적인 자신과 고귀하고 경건한 마르티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던 명예를 얻었음에도 허무한 노년을 보내며 괴로워했다. 그런 그는 잊을 수 없는 마르티나가 있는 마을로 수십 년 후에 찾아와 파리에서도 맛보기 힘든 최고급 요리를 맛보게 된다. 그리고 감격에 젖은 얼굴로 만찬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님을 찬미한다.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의 말에 공감하며 하나님의 위대하심에 감격한다. 그가 만찬 자리에서 했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인자와 진리는 서로 만나며 정의와 축복은 서로 입 맞추네. 연약하고 한 치 앞도 못 보는 인간은 자신이 인생에서 모든 결정을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해 두려워 떱니다. 우리는 두려움이 뭔지 압니다. 하지만 우리의 결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고 우리의 눈이 열리면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자비가 무한하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감사함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권대식 기자 • intruthin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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