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트 쉥크(Wilbert R. Shenk)의 선교적 목회론을 중심으로

본고는 정승현, "윌버트 쉥크(Wilbert R. Shenk)의 선교적 교회론과 목회 선교학에 관한 연구," 「선교신학」 58(2020): 319~346을 기초로 '이주민 선교사역자의 자질과 리더십'에 적합하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Ⅰ. 들어가는 말
윌버트 쉥크(Wilbert R. Shenk, 1935~2021)는 현장 선교사, 선교 행정가 그리고 탁월한 선교역사 학자로서 서구에서 명망이 높다. 그는 1955~1959년에 메노나이트 선교사로서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했고, 귀국 후 메노나이트 선교회 본부에서 선교행정 업무를 감당하며 사무총장(1967~1980년)과 부회장(1980~1990년)을 역임했으며, 동시에 미국선교신학회(American Society of Missiology, ASM)의 창단 멤버의 한 명으로서 사무총장과 회계(1979~88년), 부회장(1992~94년), 그리고 회장(1994~95년)의 역할을 감당했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역사 교수로 봉직했던 쉥크의 학문 분야는 실로 방대하고 심오하여 그의 저술목록을 2007년까지로 한정해도 A4용지 15쪽에 이른다.
특별히 쉥크는 1990~1992년에 뉴비긴(Lesslie Newbigin)과 함께 영국의 The Gospel and Our Culture(GOC) 프로그램에 관여했는데, 이 모임은 후에 북미의 The 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GOCN)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쉥크는 크리스텐덤(Christendom)에 잠식되어 있는 서구 교회가 반드시 그 본질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회복하고 그것으로 갱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목회신학은 선교적 목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고에서는 이 쉥크의 선교적 목회를 토대로 오늘날 한국에서 적합한 이주민 선교사역자의 자질과 리더십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쉥크의 선교적 목회론
선교가 부재했던 크리스텐덤 시대에 일반적인 목회는 선교와 무관하게 이행되었다. 쉥크는 서구의 전통적인 목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구 크리스텐덤(Christendom)에서 지역 교회 목회자의 고전적 역할은 대부분 교인의 양육과 교구 생활의 유지에 집중되어 왔다. 교회에 대한 이 전통적 이해는 '양-우리(sheep-fold)' 모델이라고 불리는 것이 적절하다. 목자로서 지역 교회의 목회자 이미지는 교회 역사에서 사랑받아 왔다. 이 이미지는 목회 사역을 양떼의 행복을 관찰하고 돌보며 지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근대(modern)의 목회 사역은 진화하고 확장되어 오늘날 교회는 '교인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교회는 영적인 소비주의를 조성하고 내적인 자기-중심성(self-focus)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신약성경은 분명히 교인들에게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지만, 결코 그 자체가 끝이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다. 1)
이러한 크리스텐덤 시대의 전통적인 목회가 여전히 서구의 주류(mainline) 교단에서 진행되고 있고, 또한 서구의 대다수의 신학교에서 이러한 목회를 뒷받침하는 목회신학이 교육되고 있음을 쉥크는 지적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서구 선교 지도자들은 선교가 오직 서구 '밖에서' 이행되고, 이 임무는 특별히 부름 받은 자들에게만 주어졌다는 전제가 성경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구 '안에도' 이민자들을 비롯한 타종교인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이에 적합한 목회론이 요구되었는데, 이에 쉥크는 요한복음의 목자와 양의 관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보내심'에 주목했다.
요한복음에는 예수께서 스스로를 '아버지께서 보내신' 존재로 묘사한다. 요한복음에는 "보냈다(sent)"라는 단어가 41번 나타난다. 다시 강조하면, 예수께서는 스스로를 하나님 아버지께서 '보낸' 사람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부활 이후 극적인 만남 가운데서, 예수께서는 놀라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b). 이 명령은 우리 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선교를 규정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교회의 임무가 아니다. 우리는 반드시 하나님의 본질과 목적, 즉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안에서 선교가 태동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모든 지역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 빛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우리가 누구인지)과 부르심(우리가 왜 존재하는지)을 이해해야 한다. 예수의 보내심(sent-ness)은 교회의 모든 교인을 보내는 것(sent-ness)이 된다(요 20:20~22). 교회가 예수께서 의도하신 대로 되려면 이것이 필수적이다. 모든 교인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자신의 역할로 인해 도전받을 것이다. 2)
선교적 목회는 서구의 전통적인 목회신학처럼 목자가 양을 돌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을 돌보는 것과 더불어, 그들이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을 세상으로 보내셨다. 그분은 그것을 위해 제자들을 훈련시키셨고 준비시키셨다. 예수께서 신약성경에서 보여주셨던 공동체는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공동체였다. 그 공동체의 정체성은 오직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할 때 확립된다. 즉, 선교적 목회는 서구의 전통적인 목회신학을 하나님의 선교 관점에서 갱신하는 것이고, 모든 교인들이 일상에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Ⅲ. 선교적 목회의 모델로서 레슬리 뉴비긴의 사역
쉥크는 선교적 목회의 구체적인 모델로 뉴비긴이 인도 첸나이(Chennai)에서 1965년부터 1974년에 은퇴할 때까지 현지 지도자를 양성했던 방식을 들었다. 뉴비긴은 성경을 중심으로 첸나이의 현지인 지도자들이 당시 힌두교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도록 양육했는데, 그 결과물이 'The Good Shepherd': Meditation on Christian Ministry in Today's World이다. 특별히 14장에는 지역 교회 목회자가 교인들을 어떻게 세상에서 복음을 증거하도록 준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뉴비긴은 쉥크와 같은 맥락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제자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분께서는 그의 제자들을 단지 들판에서 인도함을 받아야만 하는 양들로 대우하지 않으셨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대신하여 증인으로서 세상에 보내기 위해 제자들을 훈련시켰다. 양들이 목자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것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것은 단순히 그들과 함께 있기 위함이 아니고 그들을 보내시기 위함이었다(막 3:14)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참된 목회 사역은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자가 되도록 사람들을 훈련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 3)
뉴비긴은 성경말씀을 통해 현지 목회자들에게 그들의 부르심과 보내심의 양면을 공히 설명했다. 뉴비긴은 현지인 목회자들에게 현지 교회의 교인들을 교회 안에서 목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약성경에 근거하여 목회자들에게 교인들이 세상에서 복음을 증거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도록 권면했다. 더 나아가서 뉴비긴은 사역자가 무엇을 위해 안수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우리는 사역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있도록 안수 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사역을 위해 훈련받도록 안수 받은 것이다. 우리 사역에 대한 평가는 얼마큼 우리의 사람들이 사역자가 되는 지와 연관되어 있다."
뉴비긴은 목회자의 평가를 얼마나 교인들을 잘 돌보는지에 두지 않았다. 대신 뉴비긴이 목회자에게 요구한 것은 오직 교인을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사역자로 세우는 것이었다. 실제로 뉴비긴은 새신자들에게 교리교육을 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담대히 복음을 전하도록 계속해서 마을로 보냈다. 준비된 중직자들만을 보낸 것이 아니고, 마치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제자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신앙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초신자들도 복음을 증거하도록 보냈던 것이다.
새롭게 세례를 받은 회심자들은 각각 그 정해진 기간 후에 그들 이웃 마을로 건너가 그들이 배운 것들에 대해 그들의 이웃들과 대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이 준비기간을 잘 마치고 교인에게 주어지는 전적인 권리가 허락되면, 그들은 준비했던 이웃 마을의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영광을 갖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복음전도 운동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모든 기독교 훈련의 기본요소가 되어야 한다. 가장 복합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첸나이(Madras)와 같은 도시에서 정부, 사업, 그리고 전문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평신도들이 세속의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자가 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부르심과 안수에 포함되어 있다. 4)
종합하면, 쉥크의 선교적 목회는 서구의 전통적인 목회신학과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분명히 차별화된다. 첫째, 선교적 목회는 교회 내적으로 자기-중심성(self-focus)을 증진시키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선교 관점에서 교회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동시대를 선교적이고 건설적으로 바라보는 지역 교회의 '선교사'를 훈련시킨다. 둘째, 선교적 목회는 모든 교인이 부르심과 보내심을 받은 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도록 준비시킨다.
Ⅳ. 맺는말: 한국의 이주민 선교사역자의 자질과 리더십에 적용
쉥크는 서구 교회를 에스겔서의 마른 뼈에 비유하면서,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할 때 생명력으로 넘치고, 자기 자신에 몰두하게 되면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몸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이를 일으킨다고 했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생명력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이주민 사역자들에서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이주민들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므로 그리스도의 생명을 경험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주민 사역자들에게 이주민들을 목회적으로 돌보고 그들의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도록 부르셨지만, 동시에 그들을 사역자로 준비시키도록 부르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쉥크는 비서구 지역에서 오히려 선교적 목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중남미의 지도자들이, 특히 에스코바(Samuel Escobar), 빠딜라(René Padilla), 그리고 코스타스(Orlando Costas), 여러 사회적 상황에서 선교적 책무를 감당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러면서 쉥크는 서구 기독교에서 너무 오랫동안 잊혔던 사실을 언급했다. "교회는 반드시 소수자의 입장에서-그리고 흔히 주변인의 관점에서- 신학적인 과업을 감당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많은 국가에서 교회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주민 사역자들은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주변인의 위치에 있는 이주민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만 하기보다는, 그들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야 한다.
종합하면, 이주민 사역자들도 여타 기독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성경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자질과 리더십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주민들을 돌보는 동시에 파송의 준비를 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주민 사역자들은 이주민들이 하나님의 형상이고 왕 같은 제사장이며 특별히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변방 중의 변방인 갈릴리에서 대부분의 공생애를 보내셨고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 사도 바울은 회심 이후 유대인과 헬라인 사이에서 비주류의 위치에서 삶을 살았다. 초대 교회는 언제나 로마제국에서 소수 중의 소수였고 흔히 심각한 멸시와 박해를 받았다. 오늘날 이주민들도 여러 면에서 한국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시고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사역자들은 그들로부터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1) Wilbert R. Shenk, “Pastoral Missiology: Introduction,” 정승현 역, “목회 선교학: 서론,” MC586/MK703 Pastoral Missiology, Fuller Theological Seminary, unpublished reading material, 2019.
2) Ibid.
3) Lesslie Newbigin, ‘The Good Shepherd’: Meditation on Christian Ministry in Today’s World (Grand Rapids, MI: Eerdmans, 1977).
4) Ibid.
정승현 교수 _ 주안대학원대학교 선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