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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


강원도 홍천군에는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학교가 있다. 다문화 배경 학생들과 중도입국청소년, 한국 청소년을 모두 수용하는 다문화 대안학교 '해밀학교'이다. 해밀은 '비가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의 순우리말로, 아이들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후에는 극복하고 이겨낼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해밀학교의 이사장은 국민가수로 잘 알려진 인순이 씨다. 본교는 2013년에 개교하여 2018년 교육부 인가를 받아 현재 기숙형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개교 1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가졌다.


해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상처를 보듬고, 사회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교에는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회 동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배경청소년들의 입학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모두 낯선 중도입국청소년들은 공교육 체계에서 학업을 지속하며 진로를 찾거나 원만한 친구 관계를 쌓기도 어렵다. 현재 해밀학교의 중도입국청소년 학생 비율은 약 30%이다. 이에 학교는 비다문화 학생과 이주배경청소년을 묶어 소모임을 구성하고 각자의 나라를 탐색하는 프로그램 '어셈블리'를 운영하며 이중언어 교육, 합창과 악기, 농사 등 비언어 교육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 간의 이해와 결속력을 높인다.


해밀학교는 기숙형 학교로 운영되어 교사와 사감의 협력으로 부모의 돌봄 공백도 메울 수 있다. 이주배경청소년 중에서도 중도입국청소년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에 있다. 그러나 해밀학교 개교 10주년에 교장으로 취임한 이경진 교장은 중도입국청소년의 가능성을 본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학생은 한국 문화와 언어권에서 자라죠. 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 나라와 그 문화를 이해하게 됩니다. 반면 중도입국청소년은 해외에서 태어났기에 본국의 문화 기반 위에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수용하며 다양성을 강화해 갑니다.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은 빠르고 완벽하게 핸디캡을 해결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고 그에 따라 자기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이었어요."


중학교 과정인 해밀학교에 다니는 초기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진로교육을 통해 미래의 실마리를 찾은 청소년들은 입학을 거절당하는 등 한국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겪으면서도 다문화적 배경을 활용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그 사례로 필리핀 출신의 중도입국청소년 영희(가명)가 있다고 이경진 교장은 말한다. "영희는 원래 밝은 성격이었는데 한국어가 어려워서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어요." 그러나 해밀학교에서는 영희에게 한국어 교육만을 우선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편, 체육·미술·음악·요리 등 다양한 교과목을 통해 자신의 소질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영희는 음악과 미술에 흥미를 보였다. 기타 연주를 배우다 오디션을 보기도 했고, 미술 전시회를 열어 그림을 판매하기도 했다. 지금 영희는 무엇을 할까?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전공하며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영희가 다양한 교과목을 접하며 발견한 적성과 목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국어 공부에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표현하며 성장하는 기회를 중요하게 여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학교에서 특정한 역할을 완수하거나 성취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악기를 다루게끔 교육하고 학교에 있는 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공연하게 한다. 한국말이 어눌해도 학생회장에 출마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성취 경험으로 자신감을 가진 아이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겪는 여러 어려움에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해밀학교는 한국 내에 네트워크가 부재한 청소년들에게 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왜냐하면 부모와 학생 모두 사회적 기반이 없고 정보력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인적 관계망을 통해 진로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해밀학교의 김인순 이사장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아이들이 세계여행을 다니는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젊은 탐험가를 초청하는 식으로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해밀학교 학생들은 간접적으로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경진 교장은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과 진로교육 등의 역할을 하는 교육기관이 국내 곳곳에 설립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보다 깊이 있는 지원책으로 '진로교육 코디네이터'의 확충을 제안한다. 즉 코디네이터 양성, 양성된 코디네이터와 학생의 연결을 돕는 제도적 장치 그리고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도권 내 학교와 중도입국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 모두 중도입국청소년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각 지역, 분야에 산재한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도입국청소년 지원 경험이 있고 진로에 필요한 정보를 연결하는 역량을 보유한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정보와 자원을 연결해 줄 코디네이터가 있다면 중도입국청소년의 적응부터 정착까지의 과정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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