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등록 외국인 정책, 인도적 차원 넘어서는 실질적 담론 필요” “8월 말~9월에 이민청 및 외국인정책 관련 세미나 가질 것”

조정훈(시대전환) 의원은 15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다 이후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현재 시대전환의 당대표 겸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조 의원은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등록 외국인 문제를 거론하며 이들의 대사면을 주장했다. 과연 미등록 외국인 정책은 어느 지점까지 왔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계속되는 이주민 유입 현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디아스포라신문은 그 답을 듣기 위해 지난달 10일 조정훈 의원실을 찾았다.
―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등록 외국인 관련 질의를 하셨다. 의제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미등록 외국인이 존재한다. 통계에 따르면 거의 4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 동작구 전체 인구보다 큰 숫자다. 여러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음성적인 것을 양성화할 때 효과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동성동본은 과거에 불법이었지만 정부는 차차 사회적 동의를 얻음으로 이를 합법화시켰다. 또 하나는 지하자금 양성화이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업체를 처벌하는 대신 등록을 통해 양성화를 하고 이후부터는 제대로 납세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미 존재하는 미등록 외국인을 없는 것처럼 눈감고 지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들을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보다 건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조건이 꽤 붙는다. 먼저, 사회에 명백히 해를 끼치는 사람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폭력, 마약거래, 성폭력 등을 벌인 범죄자들은 돌려보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40만의 미등록 외국인 중 해를 끼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사면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어떻게든 들어오면 무조건 합법화된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도록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결국 이것은 현실정치이므로, 사면을 통해서 나타날 이익을 증명해야 한다. 미등록 외국인이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을 사면하자는 것은 감정적 답변일 뿐, 이러한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예전에 미국 조지아주의 클락스턴(Clarkston)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도시는 난민을 굉장히 많이 수용한 것으로 유명하며, 다양한 인종이 모여있다. 그곳의 정부관리를 만났는데, 그분은 난민에 대해 단 하나의 통계만 보여주셨다. 예컨대 한 난민을 미국정부가 수용하고 정착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몇만 불이라면, 그 사람이 미국에 정착해서 일생 동안 내는 세금은 평균 얼마인지, 따라서 난민 한 명을 받는 것은 미국 경제에 얼마큼 도움이 되는지를 추산하여 따져보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주민 처우에 대해 인도적 접근을 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인도적 접근으로 이주민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푸는 커뮤니티의 존재는 항상 중요하다. 다만 이주민들이 절대다수가 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이들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실질적인 담론과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 대사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침 오늘 아침, 법무부와의 협의로 8월 말부터 9월까지 세 번에 걸쳐 이민청 및 외국인정책 관련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한동훈 장관도 초대하여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외국인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긍정적인 인식을 심기 위해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가 유리한 것 중 하나는, 한국이 미국과 달리 수천 킬로미터의 국경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인이 들어오는 지점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바다를 포함해도 몇 개 되지 않는다. 한국의 국경은 미국과 멕시코처럼 수천 킬로미터에 해당되지 않기에, 외국인이 들어오는 입구 관리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태국 같은 특정 국가의 경우, 무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10명 중 약 7명이 미등록 외국인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경우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들어와 살고 계신 분들과 그 자녀들에 한해서는 한 번의 대사면을 통해 양성화시키고, 이 대사면이 패턴화되지 않게끔 하는 제도를 교육·노동·주거 등의 측면에서 발전시켜가고 싶다.
― 유럽의 이주민 정책을 참고한다면?
앞서 우리가 보고 경험한 유럽의 이민정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좋은 사례도 있고,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민 문제가 정치의 주요 현안이 되지 않은 선진국은 우리 대한민국밖에 없다. OECD 국가의 거의 모든 선거에서 이민의 찬반을 놓고 첨예한 논쟁이 일어난다. 대한민국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다. 어떠한 이민정책이 필요한가 모두가 고민할 때, 저는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며 사회통합을 해치지 않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 경험상 유럽 정책의 장점은 문화 기저에 깔린 성경적 가치관으로 인해 이웃,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빠른 속도로 매우 거칠어지고 각박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향한 혐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저는 외국인을 도구적 수단에서 벗어나 바라볼 필요성을 유럽 정책을 통해 배운다. 인간으로서 지니는 기본가치, 개인과 인권에 대한 존중, 이웃에 대한 배려, 함께 사는 것의 가치 등에 기반한 현실적인 이민정책과 외교정책이 나라마다 있다.
최근에 덴마크를 방문하여 보고 놀란 점이 있다. 덴마크 역시 난민을 많이 받는 나라인데, 만약 한 지역에 외국인의 수가 특정 인구를 넘기면 그곳은 더이상 외국인이 거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외국인의 해당 지역 주택구입도 금지한다. 이는 마치 경기도 광주나 안산 같은 외국인 밀집지역을 덴마크가 제재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인데, 이에 비례해서 외국인 밀집지역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 세계 각지에 한인타운이 존재하듯 이러한 밀집공간이 무조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을 한곳으로 몰아내어 우리 앞에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밀집지역이 한국에 빠른 속도로 고착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사례를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선제적으로 이를 대비해야 한다.
― 국내 이주민 유입은 사회적인 면과 선교적인 면에서 큰 의미가 있을 텐데.
대한민국이 외국인이 오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살고 싶은 나라, 일하러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굉장한 열매이자 성과다. 그 자체로 이 나라를 일구어온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 동시에 신앙인으로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유입의 배경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이들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오는 분들이다. 모든 현상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으므로, 이 역시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나 많은 이주민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오는 현상은 하나님의 허락 없이 이뤄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에 빠른 속도로 올 것이다. 전문가 대다수가 그렇게 전망한다. 이 과정을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현실적 차원에서 국익에 맞는 이주민 정책과 하나님의 말씀에 부합하는 이주민 정책을 어떻게 잘 융합할지가 현실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 이주민 선교에 관한 의견을 교회의 입장에서 말씀 부탁드린다.
교회가 앞으로 이주민을 사역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나 마땅하고 서둘러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에 관해 교회에 두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첫째로, 고아와 나그네를 섬기는 차원에서 이주민을 나그네로 볼 것인지, 혹은 그들을 우리의 형제로 받아들일 것인지 묻고 싶다. 나그네로 받아들이는 것과 형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둘째로, 이민청과 같은 기관이 생겨나고 정부가 이민자 정책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나갈수록 교회와 정부는 역할이 중첩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정부가 이민정책을 위한 예산과 인원을 확장해가고 다양한 정책을 펴나갈 때, 교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교회의 역할을 차별화할 것인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정부와 교회의 역할을 잘 조화시켜 나가는 것이 관건이자 숙제라는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혐오’ 분야이다. 신앙인이라면, 이주민을 향한 혐오가 비신앙인들보다는 아마도 적을 것이다. 신앙인은 편견과 선입관을 속으로 품고 있겠지만, 세상에서 오가는 혐오 표현은 그야말로 아주 거칠다. 따라서 신앙인이 일반사회의 외국인 혐오를 치유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숙제이다. 교회가 이 부분을 건드려주었으면 한다. 정부의 정책은 어쩔 수 없이 단호하다. 거의 모든 국민을 똑같이 대우하는 경향이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섬세하게 터치하기엔 어려운 것이 정부정책이다. 반면에 교회는 그렇지 않다. 교회는 한 영혼 한 영혼이 독특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세혈관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어쩌면 잘 드러나지 않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일 수 있지만, 교회가 이 부분을 건들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이주민 정책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이주민에 대해 개인적으로 삶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90년대 말 조국을 떠나서 2016년에 귀국할 때까지 만 18년을 디아스포라로 살아갔다. 꽤 많은 나라를 다녔고, 현지 언어를 하지 못한 적도 허다하다. 예루살렘에 살았을 때는 히브리어나 아랍어를 하지 못해 영어만 쓰기도 했다. 30대에서 40대 중반에 걸쳐 외국인으로 살면서 이주민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주민의 감정과 행위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이분들에게 너무 동화되어 치우칠까 스스로 경계하기도 한다.
다만 외국의 한인타운에 살면서 느낀 것은, 밀집지역이 당장은 편하고 좋을지라도 넓게 본다면 외국인을 사회에 융합하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큰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대한민국이 가장만 와서 돈을 버는 디아스포라 문화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과거 한국도 많은 이들이 돈을 벌러 남미와 중동에 갔다 온 경험이 있지만, 정작 그 나라가 잘되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하루빨리 큰돈을 벌어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이민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 가족과 함께 떠나 살아갔다. 아내와 남편, 자녀를 데려간다는 것은 그 사회에 자신이 기여하겠다, 함께 하나가 되겠다는 의미이다. 나라가 잘되는 것이 개인에게도 이득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가족이 오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어야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설사 그들이 돌아가더라도 대한민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가능성을 여는 디아스포라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조정훈 의원 • 제21대 국회의원, 시대전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