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동포들이 중국, 북한, 열방을 향해 선교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기를”

나는 디아스포라 조선족으로서 방문취업제도가 시행되던 초기 한국에 입국하여 조선족 사회의 급변을 경험했다. 동시에 디아스포라 선교사로서 한국에 정착하며 사역을 꾸준히 활성화하고 변화를 거듭해왔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약 80만 명으로, 탈북민이 3만 5천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수치이다. 이들은 국내 유입 후에 토착화 과정을 겪으며 한국에 동화된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정착의 결과가 단순히 토착화로 끝나는 것은 자못 안타깝다. 한국에 온 디아스포라 조선족은 다른 디아스포라를 선교할 수 있는 선교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살던 조선족들은 중국 전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방방곡곡에 조선족교회를 세웠다. 이는 다민족 국가였던 중국에서 소수민족 선교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고, 같은 ‘소수민족’이라는 신분은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었다. 조선족교회의 선교 열정은 한족에게도 영향을 미쳐 수많은 한족교회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선족들이 점차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선교의 주도권은 넘어가게 되었다.
디아스포라 조선족이 한국에 유입되면서 국내에도 조선족교회가 점점 늘어났다. 조선족들은 15년 이상 토착화 과정을 겪으며 한국에 정착했기에, 국내 조선족교회 역시 한국교회의 기존 시스템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사역은 정착과정에서 필수적이지만, 사역이 그저 토착화에서 그친다면 조선족 선교의 이점은 살리지 못한 채 선교의 야성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조선족 선교는 토착화 사역에서 ‘분산화를 통한 디아스포라 선교’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나는 중국동포들이 중국, 북한, 열방을 향해 선교하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기를 호소한다. 중국동포가 이주민의 신분을 가지고 역으로 이주민선교에 참여하기를 바라며, 중국 선교사역을 다음과 같이 진행하고 준비하고 있다.
1. 전문인사역자 양성 이제는 전통적인 사역방식으로 중국에서 사역하기 쉽지 않다. 간판을 걸고, 주일에 마음껏 예배드리고, 전도활동을 하는 것 모두 제약이 따르는 일이다. 따라서 중국의 민감한 현실에 맞춰 대안이 되는 전문인사역자가 필요하다. 즉,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사역, 학원을 통한 어린이사역, 양로원을 통한 노인복지사역, 문화사역, 비즈니스사역 등 전문성을 갖춘 사역자를 중국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신학생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여러 방면으로 사역할 수 있는 일꾼을 양성하여야 한다. 한 손에는 복음을 들고 한 손에는 사랑을 들듯, 신학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사역자를 준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FAN전문인훈련원을 세워 현재 운영 중이다.
2. 평신도일꾼 양성 중국은 현재 중앙집권적 행정으로 인해 목회자에게는 제약이 따르고 종교모임도 인원수 제한이 있거나 불법집회로 분류된다. 여러모로 목회자 홀로 중국법을 따르며 사역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목회자 양성 못지않게 평신도사역자 양성이 시급하다. 평신도일꾼을 훈련시켜 목회자와 동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디아스포라 실천신학 관련 훈련원이 현재 운영되고 있다.
3. 다음세대 양성 중국의 종교법상 미성년자는 종교시설에 참여하는 것이 철저히 금지된다. 그럼에도 중국의 수많은 교회가 주일학교를 왕성히 운영해왔다. 중국정부는 이를 그동안 묵인해오다가, 근래에 미성년자가 종교에 접근하는 것을 아예 금지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출생한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를 겪으면서, 미성년의 교육문제에 더욱 예민해진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디아스포라 조선족의 자녀들은 종교활동이 자유롭다. 그들 가운데 중국선교의 미래자원을 준비시켜야 한다. 잊어버린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을 향한 동기부여를 일으켜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에 나는 한국에 있는 조선족 아이들과 중국에 있는 조선족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환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다. 중국어만 하는 중국의 조선족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와서 한국문화와 한국어라는 민족언어를 체험하게 하고, 한국에 있는 조선족 아이들은 중국에서 중국문화를 체험하고 중국어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게 하는 프로젝트였다. 팬데믹 상황으로 중국의 국경이 막히면서 프로젝트는 중단됐지만, 언젠가 국경이 열리면 이런 교환체험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홍해 목사 • THE문화교회 담임, FAN전문인훈련원 원장, 기독교세계관아카데미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