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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쉼터교회 이주민선교 사역




어릴 적 저는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을 자주 갔습니다. 하루는 감을 따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감나무밭에 갔습니다. 감나무에는 주홍빛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돕겠다며 나무에 달린 모든 감을 하나도 남김없이 따려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제게 “민기야, 다른 새들과 동물을 위해서 몇 개의 감은 남겨두는 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로 과일나무에 듬성듬성 달린 열매들을 보면, ‘새들과 동물들을 위해 주인이 남겨놓았나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신명기 24장에 “네가 네 감람나무를 떤 후에 그 가지를 다시 살피지 말고 그 남은 것은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며,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열매를 다 따지 말고 남겨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경기도 평택시 이충동에 소재한 쉼터교회(기감)는 “객과 고아와 과부”처럼 살아가는 이주민을 위해 세워졌습니다. 지난 2006년, 기쁜교회(기감)에서 ‘기쁜인도네시아선교회’를 조직하여 지역 내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을 위해 기쁜교회 내 예배장소를 제공하고, 갈 곳이 없는 이주민에게 쉼터(빌라 집)를 제공했습니다. 그리하여 2013년 6월, 기쁜교회에서 분리·개척하여 ‘이주민들의 피난처(쉼터)와 같은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쉼터교회가 설립되었습니다. 개체교회로 분리된 후부터 지금까지 기쁜교회 선교부 안에 이주민팀이 조직되어 쉼터교회를 위한 봉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쉼터교회의 사역은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주민교회 공동체를 위한 사역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먼저 그들의 언어인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예배, 성찬, 명칭 등에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둘째,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입니다. 저는 2017년에 쉼터교회 두 번째 담임전도사로 부임하였습니다. 그해 겨울 어느 날, 동네에서 성탄절 홍보 현수막을 보고 ‘이주민들은 명절 연휴 때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음 해 설날에 지역사회 이주민을 위한 ‘설맞이 외국인잔치’를 열었습니다. 18년도 첫해에는 약 70명, 19년도 약 180명, 20년도는 약 220명이 참여하였습니다. 그 후로는 코로나19로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한국과 이주민 국가를 잇는 사역입니다. 교회의 주요 구성원인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5년에서 10년 이상을 고국에서 떨어져 지냅니다. 이를 위해 그들을 대신하여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가족과 귀국한 교우들을 만나고 옵니다. 18·19년 그리고 2022년도까지 인도네시아를 다녀왔고, 2022년에는 처음으로 베트남도 다녀왔습니다. 이 사역은 한국과 이주민 교우들의 국가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어주는 중요한 사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넷째, 한국인을 교육 및 훈련하는 사역입니다. 기쁜교회 평신도를 대상으로 ‘이주민선교학교’를 실시하였고, 현재까지 2기 수료생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이주민사역에 동참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선교단체와 동역하는 사역입니다. 2017년 교회에 부임한 후 평택 인근에서 이주민사역을 하는 교회와 기관을 답사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교회와 기관장들의 인프라가 구축되었고, 2019년에 ‘평택이주민연합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연합회는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단체별 사역현황과 기도제목을 나누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성탄절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예수님은 왜 이 땅에 오셨을까?’란 질문을 다시금 해봅니다.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처럼 살아가는 인간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주시려 오셨음을 고백합니다. 쉼터교회는 오늘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나무에 달린 열매를 이주민과 함께 나눕니다.


이민기 목사 • 쉼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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