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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두 번째 봄을 맞이하는 아프간 친구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섬기는 이명희 선교사가 보내온 편지

이명희 선교사

요즘 마○○씨의 아침이 무척 바빠졌습니다. 지난 3월부터 아들이 유치원에 가게 되어 등원 준비를 하느라 아침마다 한바탕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아이가 한국말을 하지 못해 유치원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아이는 잘 적응하여 유치원 가는 것을 재미있어합니다. 처음 아이가 유치원에 가던 날,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아이가 울며 떼를 쓰고 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아이는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유치원 버스에 오르고, 엄마인 마○○씨야말로 아이를 보며 엉엉 울었답니다. 지금은 유치원에서 한국어를 배워와 집에 오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한국어로 곧잘 말하기도 해 엄마를 놀라게 합니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생활이 곧 일상이 된 아프간 친구들은 울산에서 어느덧 두 번째 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들의 삶에는 여전히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선물처럼 찾아온 아기를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기도 하고, 고국에 계신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방문하지 못하는 슬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환경의 변화로 몸에 이상이 생겨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문화차이에서 오는 오해로 사람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직장에 적응하던 중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러다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시는 가정도 생겨났습니다.


반면에 이제는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기도 하고 능숙하게 중고마켓을 이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버스로 집과 떨어진 재래시장도 가고 교통카드 환승도 곧잘 합니다. 시장의 야채가게 주인아주머니도, 문구점 사장님도 모두 이웃이 되었습니다. 마을의 주민분들은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네줍니다. 아프간 친구들은 더 이상 마을의 낯선 이방인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이웃집 찰스>라는 한 공영방송에 이들의 생활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6명의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이 아이들의 가장 큰 기쁨은 대학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아 다소 어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망이 있어 대학생활이 힘들지만은 않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 되어 가고,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주님의 마음으로 이들을 환대하며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관심이 이들에게 닿아 아프간 친구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 땅에서 두 번째 봄을 맞이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프간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친구 되기'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가정에 기쁜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슬퍼할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을 지속해 가고 있습니다. 이 일을 지혜롭게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잘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앞으로도 이들의 삶에는 어두움과 어려움, 슬픔과 아픔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기꺼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나그네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 사랑으로 아프간 친구들을 품는 여러분이 있기에 이들은 힘과 위로를 얻습니다. 그래서 꿈꾸어 봅니다. 이들이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사랑했으며, 어떻게 선한 이웃이 되어 참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었는지 알 수 있기를…….


아이들과 함께하는 축구 모임도 격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축구 유니폼과 축구화를 새로 마련하여 나누어주었습니다. 환한 햇살 아래 유니폼을 입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서 아이들도 저희도 참 행복했습니다. 현재 청소년 축구팀의 유니폼도 제작 중입니다. 곧 그들의 멋진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명희 선교사 _ 예수전도단 울산지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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