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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선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이주민 선교



최헌주 선교사

2006년 인도 선교사로 파송 받기 전 교단 선교사 인준 면접이 있었다. 면접 중 선교사 지망생의 진심을 담아 "인도에 제 뼈를 묻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필자를 인터뷰하시던 선교사님의 대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선교지는 더 이상 선교사의 뼈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때로부터 17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적으로 선교 환경이 변화하면서 실제로 선교지는 더 이상 선교사의 뼈를 원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비자발적으로 철수하는 귀국 선교사가 증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로 가장 눈에 띄는 요인은 민족주의와 종교적 극단주의로 인한 선교사 비자 거절과 추방, 입국 거부이다. 거기다 팬데믹으로 선교지를 떠난 여러 선교사들은 재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조금 더 근본적인 요인은 '현지인 중심 선교'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선교지 이양이다. 실제로 선교지 교회의 성장으로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선교 이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속지주의에서 속인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전통적인 선교는 선교사를 특정 지역에 파송해서 사역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사람들이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세계선교의 패러다임도 속지주의에서 속인주의 선교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선교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임시 귀국한 장기 선교사는 1,230명인데, 그중에서 치안·전염병·비자 거절·추방 등으로 비자발적 철수한 장기 선교사는 36.9%인 453명이다. 선교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이처럼 변화하는 선교 환경으로 생겨난 귀국 선교사들을 향한 계획과 섭리를 분명히 가지고 계심을 믿는다. 그것이 바로 이주민 사역으로의 전환과 재배치이다.


필자도 인도 비자 연장 거절로 국내에 귀국하면서 작년부터 이주민 사역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귀국 선교사의 이주민 사역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해외에서 나그네와 이주민으로 살아간 경험이 이 땅의 이주민을 향한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로 귀국 선교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타문화 선교 경험과 자질이 이주민 선교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셋째로 귀국 선교사는 이미 현지 사역을 통한 선교지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은 효과적인 역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로 귀국 선교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선교적 그리스도인으로 세우고 이주민 선교를 일으키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귀국 선교사의 사역 전환은 이처럼 여러 가지 필요성과 장점이 있지만 극복해야 할 도전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내 이주민 사역도 선교이고 국내 이주민 사역자도 선교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장합동이나 고신의 경우 이전부터 국내 이주민 선교를 위한 지부를 두고 있다. 최근 기성, 예성, 백석, 감리교 등 여러 주요 교단에서도 이주민 사역자를 선교사로 인준하고 있다. 하지만 교단에 따라서는 국내에서 아무리 이주민 사역 경험이 있어도 해외 선교 경험이 없는 경우 이주민 선교사 인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이주민 선교와 해외 선교가 동등하게 여겨지기까지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송 교회 담임 목회자와 한국 성도들의 인식 변화다. 왜냐하면 아무리 교단에서 이주민 선교사 인준을 해준다고 해도 실제로 파송하고 후원해 주는 주체는 결국 지역교회와 성도들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해외에 나가서 사역하는 것만이 선교라는 전통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때 한국교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 교회와 성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주민 선교 교육과 훈련이다. 최근에 위디선교회 MMTS(이주민선교학교) 클래식 24기 과정이 끝났는데, 국내 이주민 선교를 이미 하고 있거나 소망하고 있는 평신도·목회자·귀국 선교사들이 함께 훈련받고 앞으로 사역 비전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울산에서는 예수전도단 팀을 중심으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역교회에서 일일 이주민 학교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훈련들이 지역별, 교회별로 더 많이 생겨나서 이주민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길 소망한다.


팬데믹 이후 더 급변하게 될 세계선교 환경 가운데 앞으로 선교사의 비자발적 철수는 계속되고 귀국 선교사도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이것이 모두가 염려하는 것처럼 한국선교의 쇠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한국선교의 부흥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중요한 열쇠가 바로 귀국 선교사의 국내 이주민 선교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귀국 선교사가 국내 이주민 선교로 전환하게 되고, 한국교회가 그 선교의 물결에 동참함으로 다시 한번 선교 한국의 불길이 타오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최헌주 선교사 _ GMS/위디국제선교회 선교사, MMTS 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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